[인터뷰] '악녀' 김옥빈, 여전사의 탄생 ①

입력 2017-06-14 08:00 | 수정 2017-06-14 10:02
enews24 오미정 기자

정병길 감독의 영화 '악녀'는 예상 외의 작품이다. 액션이 화려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액션 시퀀스에 대해선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그 액션의 주인공이 여자다. 배우 김옥빈이다. 여자 킬러의 화려한 액션. 흥행 등의 이유 때문에 잘 차용하지 않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한계를 넘었다.

이 영화에서는 김옥빈의 열연이 단연 돋보인다. 김옥빈은 이 액션신들 가운데 90% 이상을 직접 찍었다. 도끼로 자동차 보닛을 찍고 이를 지지삼아 매달린채 마을버스를 따라가는 숨막히는 장면에서도 김옥빈은 대역을 쓰지 않았다. 김옥빈은 "클로즈업 장면이 많아서 대역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특히 한복을 입고 어깨를 드러낸 채 싸우는 액션 시퀀스는 어깨의 라인이 드러나기 때문에 대역을 쓸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해야 했다. 게다가 장검, 단도, 기관총, 소총, 도끼까지, 다양하고도 다양한 무기를 쓴다. 한국영화계에서는 본 적이 없는 캐릭터다.

영화는 최근 폐막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역시 이 액션 시퀀스에 대한 찬사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데다 권위있는 영화에서 호평까지 받았다. 김옥빈은 분명 할말이 많을 터다.
-만들어진 영화를 본 소감은?

"정말 좋다.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보니까 좋다.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처음 이 시나리오를 읽고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재밌었다. 오토바이 체이싱 장면, 한복 속곳을 입고 비녀로 싸우는 장면, 마을버스 액션신 등 정말 난리더라. 감독님이 생각하는 액션의 판타지를 다 넣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액션에 목이 말라 있던 상태였다. 게다가 운동도 굉장히 좋아한다. 당연히 한다고 했다. 시나리오 받은 후부터 크랭크인까지 두 달이 남았었다. 그리고 이틀 뒤부터 액션스쿨에 들어가서 계속 연습을 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와 완성작을 봤을 때 어떤 차이가 있었나.

"액션을 영상으로 보니까 더 멋있었다. 정병길 감독님이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프리프로덕션 때 그래픽으로 만든 액션을 보여줬는데, 나는 '이렇게 찍는게 과연 될까' 싶었다. 감독님이 된다고 하셨고, 정말 됐다. 한 제작진이 감독님에 대해 '안 되는 것을 되게 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다."

-어릴 때부터 살상을 위해 키워진 킬러 숙희 역할을 맡았다. 어떻게 연기했나.

"사실 이 영화는 처음 시작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멜로와 액션이 동시에 존재했는데, 그 액션이 워낙 험했다. 액션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보통 현실감이 좀 떨어지지 않나. 그런데 멜로가 있으니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게 연기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한나' '롱키스 굿나잇' 등 작품을 레퍼런스를 봤다. 그런데 이 작품들을 보니 멜로와 액션이 별로 이질적인 것이 아니더라. 그래서 용기를 얻었다."

-숙희는 액션 시퀀스마다 다른 감정을 갖고 싸운다. 설명한다면.

"액션 장면마다 감정이 다르다. 오프닝 액션은 진심을 다했던 남자가 죽으면서 복수심에 불타게 되는 액션이다. 그래서 더 극악하다. 첫번째 임무 때의 액션은 결연한 마음을 갖고 있고, 네번째 액션은 슬픔의 액션이다. 그리고 마지막 액션은 모든 것을 잃고 끝으로 치닫는 액션이다."

-여러 액션 가운데 속곳을 입고 펼치는 액션이 인상적이더라. 남자 배우들은 팬티만 입고 싸운다.

"나는 남자 배우들도 옷을 벗고 있는 줄 몰랐다. 현장에 가니 옷을 벗고 있어서 놀랐다. (웃음) 남자 배우들이 옷을 입고 있지 않아서 더 와일드한 액션이 나온 것 같다. 재미있었다."

-액션 촬영을 하며 아찔한 순간은 없었나.

"안전정치가 잘 되어 있어서 위험하진 않았다. 구르고 멍들고 그런 것들은 일상이라 말할 것도 못된다."

-대역 없이 90% 이상의 액션을 소화했다고 들었다.

"속곳 액션의 경우 어깨가 드러나 있어서 대역을 쓰지 못했다. 잠입 액션에서도 복면을 썼지만 대역은 쓰지 않았다. 버스 액션도 마찬가지다. 얼굴이 가까이에서 나오니까 쓰기가 어려웠다. 달리는 차의 보닛에 앉아 있는 장면도 내가 연기한 것이다. 와이어를 4개 감고 찍었다. 오토바이 액션에는 대역과 내가 섞여 있다."

-여러 가지 무기를 다루는데 잘 맞는 무기는 무엇이었나.

"도끼가 착 잘 붙더라.(웃음) 연습은 쌍검을 많이 했다."

-진짜 싸움도 자신이 있나.

"영화 액션과 진짜 액션은 다르다. 영화 액션은 동작은 크지만 상대를 타격하진 않는다. 전혀 아프지 않다. 이 액션으로 실전에서 싸우면 맞아 죽는다.(웃음)"

-숙희의 감정 중에는 모성애도 있다. 성숙한 느낌이 들더라.

"이제 나도 30대다. (웃음) 아이랑 같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도 많다. 연기할 때 아이가 없다보니까 영화 속 모성애에 대해 조금 놓친 부분이 있었다. 그 점은 아쉽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연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연기했나.

"정말 쉽지 않더라. 아이가 다행히 잘 따라와줬다. 아이들은 즐거울 때에는 잘 찍는데 힘들 때에는 조절이 안된다. '악녀' 속 아이는 이번 작품이 첫 연기 작품이다. 촬영을 꽤 하고 익숙해졌다. 나중에는 아이가 '모니터 보고 온다'고도 하더라. 그러면 감독님이 무전기로 '여배우님 모니터 보러 가신답니다'라고 말하고 웃었다. 귀여웠다."

-아이의 연기력도 상당했다. 아이가 망설이다 사탕을 받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원래는 아이가 사탕을 덥썩 받는 것이다. 그러면 숙희가 '내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받지 말랬지'하고 야단을 치는 시퀀스다. 그런데 아이가 받기 전에 혼나는 게 먼저 생각이 난거다. 그래서 아이가 받으면서 망설이는데, 그게 너무 재밌는거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애드리브가 됐다. 아이 아버지가 예전에 활동을 하던 배우라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아이에게 디렉션을 잘 주셨다. 아이가 눈물 연기도 했다.(웃음)"


-인터뷰 ②에서 이어짐-

사진 = 허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