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옥빈 "악녀' 계기로 韓 영화 여성 캐릭터 많아졌으면" ②

입력 2017-06-14 08:00 | 수정 2017-06-16 13:43
enews24 오미정 기자

정병길 감독의 영화 '악녀'는 예상 외의 작품이다. 액션이 화려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액션 시퀀스에 대해선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그 액션의 주인공이 여자다. 배우 김옥빈이다. 여자 킬러의 화려한 액션. 흥행 등의 이유 때문에 잘 차용하지 않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한계를 넘었다.

이 영화에서는 김옥빈의 열연이 단연 돋보인다. 김옥빈은 이 액션신들 가운데 90% 이상을 직접 찍었다. 도끼로 자동차 보닛을 찍고 이를 지지삼아 매달린채 마을버스를 따라가는 숨막히는 장면에서도 김옥빈은 대역을 쓰지 않았다. 김옥빈은 "클로즈업 장면이 많아서 대역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특히 한복을 입고 어깨를 드러낸 채 싸우는 액션 시퀀스는 어깨의 라인이 드러나기 때문에 대역을 쓸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해야 했다. 게다가 장검, 단도, 기관총, 소총, 도끼까지, 다양하고도 다양한 무기를 쓴다. 한국영화계에서는 본 적이 없는 캐릭터다.

영화는 최근 폐막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역시 이 액션 시퀀스에 대한 찬사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데다 권위있는 영화에서 호평까지 받았다. 김옥빈은 분명 할말이 많을 터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짐-
-신하균과의 연기는 어땠나.

"어릴 때부터 봐 오던 선배님이다. 데뷔 전부터 신하균 선배님의 팬이었고 이 작품 이전에 '박쥐'와 '고지전'을 함께 했다. 전에는 선배님이 한참 어른 같았다. 그래서 내가 재롱을 떨듯이 마음 편하게 놀며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덧 같이 나이를 먹는 때가 됐다.(웃음) 신하균 선배님과는 눈빛만 봐도 호흡이 맞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성준과는 러브라인을 그렸다. 동생은 성준은 어떤 배우인가.

"엄청 웃기고 긍정적이다. 작품에도 그런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다. 두번째 촬영할 때 성준이 옷에 커피 얼룩을 묻히고 왔다. 그래서 갈아입을 줄 알았는데 자기 캐릭터와 잘 맞는 것 같다며 그냥 둔다고 하더라. 성준의 연기 가운데에는 애드리브가 많다. 자유롭고 풀어지는 캐릭터라서 애드리브가 잘 어울렸다. 성준의 애드리브가 웃겨서 많이 웃었다."

-성준과 펼친 악녀 숙희의 로맨스가 인상깊었다.

"로맨스가 액션에 비해 수줍더라. 그게 좀 놀라웠다. 감독님 성격같기도 하다. 감독님이 액션 연출을 할 때에는 그렇게 과감한데 평소에는 수줍다.(웃음)"

-정병길 감독의 성격이 정말 그런가.

"수줍고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웃음) 액션 연출에 대한 욕심은 많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배우들에게 맞겼다. 그런 점 때문에 가끔은 내가 잘 하고 있는건지 하는 걱정도 됐다. 좋은 연출가다. 칸국제영화제에 가서도 그런 수줍은 성격이 많이 드러났다."

-칸국제영화제 얘기를 해보자. '박쥐'로 과거에 칸 국제영화제에 간 적이 있다. 이번이 두번째인데 어떤 기분이었나.

"전에는 그 시간이 그렇게 소중한 지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남다른 감정이었다. 그 기분을 동생(배우 채서진)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동생과 함께 칸에 갔다. 그런데 동생은 칸에서 나를 버리고 다른데로 놀러갔다.(웃음)"

-칸에서 받은 인상깊었던 반응은 무엇이었나.

"오토바이 액션이 인상깊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외신기자 가운데 한국 액션이 원래 이렇게 세나고 묻는 분도 있었고. 여자 액션은 여성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많은데, '악녀'의 액션은 남자의 액션과 같은 와일드한 액션이라 인상적이라고들 하셨다."

-박찬욱 감독을 칸에서 만났다. 과거에는 '박쥐'의 배우와 감독으로 칸에 같이 갔는데, 이번에는 심사위원과 초청배우다. 어떤 마음이었나.

"박 감독님이 잘 키운 딸을 보시는 듯한 눈빛으로 저를 보셨다. 박 감독님과 함께 왔던 김옥빈이 잘 자라서 다른 감독과 함께 칸에 다시 왔으니 그런 생각이 드시는 것도 당연하다. '하균이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라고 하셨다. '악녀'에 대한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동생 채서진은 김옥빈에게 어떤 동생인가.

"동생은 내 연기에 대해 항상 칭찬만 해준다. 그래서 객관성이 없다. 사실 동생도 배우지만 각자의 연기에 대한 얘기는 잘 안한다. 고유의 영역이다. 그리고 현장에서의 경험도 내가 말해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현장에서 느껴야 한다."

-'악녀'가 대중에게 어떤 반응을 얻었으면 하나.

"흥행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당연히 있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더 많은 여성 캐릭터가 영화에 나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 점에 있어서는 성취감이 크다."

사진 = 허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