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승완, 아무도 모르던 '군함도'를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오다

입력 2017-08-12 08:00 | 수정 2017-08-16 11:51
enews24 오미정 기자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은 사람들의 상식을 믿는다고 했다. 영화에 대해 몇몇 프레임의 논란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영화 외적으로 '군함도'가 분명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일본은 얼마전 강제 징용이 역사가 있는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하려다 신청을 보류한 바 있다.

2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개봉한 것에 대해선 "내가 상영까지 관여하진 않는다"면서 "이 영화를 계기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스크린수를 결정하는 것은 연출자가 아니다. 류 감독이 극장 사업자들에게 많이 잡아달라, 적게 잡아달라 할 내용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욕을 먹는 것에 대해 "대중이 그런 산업적인 부분을 모두 알 수는 없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다.

어쨌든 그는 영화를 통해 아무도 모르던 그 군함도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장소로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는 이제 해외로 나간다. 북미에서는 지난 4일 개봉하여 상영 중이며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영국, 호주, 베트남, 필리핀 등 국가에서는 8월 중 개봉한다. '군함도'는 총 155개 국가에 팔렸다.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 아닌, 반인륜적 징용의 역사가 담긴 장소 '군함도'의 이야기가 전세계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군함도'를 연출하기로 했을 때부터, 개봉 후에 이르기까지 류승완은 이 작품의 메시지에 대한 깊은 믿음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
-이 영화에 대해 논란이 있다. 어떤 생각인가.

"논란이 있긴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내가 그렇게 보고 있다는 믿음일 수도 있다. 영화를 실제로 보신 분들이 긍정적인 흐름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일본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새롭게 밀고 있는 사도광산에 대해 등재 신청을 보류했다고 하더라. 이 곳 역시 조선인 강제 징용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어쨌든 시간에 조금 지나면 분명히 논란에 대한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신 관객의 힘을 믿는다. 대한민국은 지난 겨울 평화적인 시민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이뤘다. 우리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그 주역이 된 분들을 믿는다. 그 분들이 영화의 가치를 믿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논란이 된다는 것은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이기도 하지 않나.

"이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완전히 비이성적인 프레임을 빼고, 몇가지 프레임이 있다. 친일에 대한 프레임, 역사관에 대한 프레임,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프레임 등이다. 이런 프레임들은 시간이 흘러가야 제대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다.

류승완의 영화인데 기대와 다르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해주시는 분들이 제 초기작부터 모든 영화를 보시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군함도'는 내게 10번째 장편영화다. 영화를 연출할 때마다 '전작과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논란들으 보면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그냥 두는 것이 건강한 태도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 각자의 반응에 대해선 이해한다. 영화라는 것이 수학적으로 계산을 하고 보는 것이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감각이 작용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 다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친일 행위를 한 조선인을 그린 점에 대해 관객들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안에 실제한 역사인데 그걸 그린 것에 대해 혼란을 느끼신 것 같다. 시원시원한 것을 기대하셨는데 그렇지 않으니 충돌이 있을수도 있는 것이다. 친일파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영화에 갑자기 등장하니 쇼크가 있으셨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해방 이후 일제에 부역한 자들을 대상으로 한 반민특위에 실패했다. 그렇게 일제 청산을 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그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친일파의 후예들이 친일을 통해 쌓은 부로 지금까지 부를 누리고 있는데, 명예까지 누리면서 역사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요직에 있으니 역사를 필수 과목에서 빼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연출가로서 '일본이 무조건 나쁜놈이다'라고 하면 오히려 쉽다. 하지만 그러면 선전영화밖에 되지 않는다. 친일을 그리지 않으면 반쪽짜리 시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친일 청산에 대한 메시지만큼 현재 일본의 자세에 대한 불만도 큰 것 같다.

"해외에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있었지만, 어떤 영화에 대해서도 독일 정부가 역사 왜곡이라고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영화 '베를린' 촬영을 위해 베를린에 갔을 때에 영화 스태프들이 '공공장소에서 히틀러와 나치에 대한 얘기를 절대 하면 안된다'고 하더라. 지금도 나치 부역자들을 처단하는 상설 기구가 있다. 홀로코스트를 추모하는 광장도 있는데, 이 광장을 조성한 회사가 홀로코스트에서 독가스를 제조한 회사다.

반면 같은 전범국가인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있었던 일도 아니라고 하고 있고, 조선인 강제징용으로 돈을 번 기업들은 과거의 회사와 같은 회사가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강한 친일 청산 메시지를 담은 영화인데, 일각에서는 친일 영화라고 얘기하고 있기까지 하다. 기분은.

"정말 그건 어처구니가 없다. 반민특위가 성공하지 못해 해방 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런 피로감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식민사관이라고 하는 분들에 대해선 기분이 좋지 않다. 반일 영화와 친일 영화라는 평가를 한 작품을 통해 받고 있다. 그런 것에 흔들리고 무너질 것 같았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

-군함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인가.

"군함도가 대중문화에 처음 등장한 것은 한수산 작가의 소설 '까마귀'(2003)를 통해서다. 그 전에는 징용자들의 피해를 연구하는 연구소에서 연구한 자료와 다큐멘터리로 알려졌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나 역시 2013년 봄에 알았다.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군함도의 존재를 알게 됐다. 너무 늦게 안 것에 대해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다. 2013년에 이 영화를 기획한 이후 수많은 자료를 찾아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랬더니 군함도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이 나오더라.

사실 위안부 피해도 1994년에 김학순 할머니가 증언을 한 후 알려진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수십년간 누구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것이다. 피해자는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불편해서 말을 하기 꺼렸고, 가해자는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말을 안했다. 공론화를 하니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처럼, 군함도에 대해서도 더 많은 얘기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에는 일부 조선인들을 군함도에 두고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냉정함이 읽힌다.

"사회에는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다른 한 쪽의 발목을 잡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싶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함께 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류승완은 이 작품에 그 어떤 때보다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듯하다. 배우들 역시 류승완의 열정이 대단했다고 말하고 있다.

"배우분들이 좋게 말해주신 것은 저를 좋게 봐서 그런 것 같다. 감독의 연출 이전에 관객은 배우들의 연기를 본다. 그런 배우들이 그렇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배우들이 너무 고생하니까 저도 모니터를 더 열심히 보는 척 하기도 했다.(웃음)

사실 나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이 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특별했다. 그 누구도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현장이 정말 힘들었는데, 그 고생을 하면서도 어느 누구 하나 힘들다고 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우리는 힘들어도 씻고 숙소에 가면 쉴 수 있는데, 실세로 징용을 가신 분들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징징거릴 수가 없다. 소재의 특수성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개봉 스크린수가 2000개를 넘은 것 때문에 논란이 됐다.

"자존심이 중요한 사람에게 자존심이 무너지는 일이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연출자인 내가 상영까지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절차들은 다 분리돼 있다. 대중이야 그런 절차를 모르시니까 앞에 나선 내가 욕을 먹는다. '군함도'를 끝으로 스크린 수에 대한 어떠한 제도적인 장치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베테랑'에 이어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작품이다.

"영화를 만드는 행위뿐 아니라 모든 행위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나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의 상식을 믿는다. 그 분들이 영화의 가치를 믿어주실 것으라 믿는다.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결과적으로는 좋게 끝나리라 생각한다."

사진 = 허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