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해숙 "엄마라 행복하고 배우라 행복하다" ②

입력 2017-09-28 08:00 | 수정 2017-09-28 10:57
enews24 오미정 기자

60세를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우 김해숙이 이번에도 강렬한 연기변신을 선보인다. 10월 12일 개봉 예정인 곽경택 감독의 영화 '희생부활자'를 통해서다.

'희생부활자'는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해숙은 죽은 지 7년 만에 살아 돌아오는 미스터리한 인물 명숙 역을 맡았다. 죽은 사람이 자신을 죽인 사람을 응징하러 돌아온다는 이른바 희생부활자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가 맡은 명숙은 죽었다 살아돌아오는 것도 모자라 사랑하던 아들 진홍(김래원)을 공격하며 주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는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모자에 얽힌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김해숙은 이 작품을 통해 김래원과 세번째 모자 호흡을 맞췄다. 앞서 두 사람은 영화 ‘해바라기’와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엄마와 아들로 나온 바 있다. 영화 시사에 앞서 김해숙을 만나 영화에 대한 얘기를 미리 들어봤다.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엄마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엄마도 장르구나 싶더라.(웃음) 이름은 엄마이지만 수많은 경우와 수많은 형태의 모정이 있다. 그 때마다 다른 엄마를 연기해야겠더라. 이번 '희생부활자'도 마찬가지다. 엄마인데 아들을 죽이러 온다. 엄마라는 캐릭터 하나에도 수많은 것들이 있다. '희생부활자'를 하면서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 나에게 이런 무서운 모습이 있나 싶었다.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모습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실제 김해숙은 어떤 엄마인가.

"딸들은 각자 자기들 인생을 산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다보니 자식에게 온전히 쏟아붓지 못했다. 배우이기 이전에 엄마다. 그래도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다. 잘 자라줬다. 나는 밖에 나가면 가정을 잊는다. 그리고 가정에선 밖의 일을 잊는다. 그렇게 나 자신을 철저히 분리해서 살았다. 일을 할 때에는 정말 철저하게 일만 한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이 내가 일할 때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할 정도다."

-자녀들 연기하겠다고 하진 않나.

"자녀들이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학교 4학년 때 취직 얘기가 없으니 딸에게 한 번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자기는 연기를 못한다고 하더라. 그 때 정말 감사하기도 했다. 진짜 한다고 하면 어떨까 싶었다. 딸이 고등학교 때 촬영장에 온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모습을 보는게 힘들었나보더라. 각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자녀들과 작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나.

"다들 바쁘다. 관심을 별로 안 가져준다.(웃음) 일일이 연기가 어떻고 그런 말을 안한다. 처음 영화 시사회 온 게 '도둑들'이었다. 그 다음에는 또 안왔다. 나 역시 강요하지 않는다. 딸들은 엄마가 배우인 것은 엄마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싫어한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딸들의 이름이나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다. 딸들의 사생활을 지켜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딸들은 이미 중학교 때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아이들의 사생활을 지켜준 것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지금까지 수많은 좋은 연출자들과 함께 일을 했다. 소감은.

"일단 감사하다.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일을 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많은 연출자들을 만났다. 드라마와 영화, 다 각자의 매력이 있다. 박찬욱, 이준익, 최동훈 등 너무 좋은 감독을 만났다. 이번 작품은 곽경택 감독과 함께 했다. 배우로서 그것보다 고마운 일이 없다."

-작품에 어떻게 몰입하나.

"그 캐릭터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고 그 사람으로 들어간다. 그 사람이 빨리 되자는 마음으로 노력한다. 복잡하게 생각을 안한다. 그 사람의 감정에 대해 연기하려고 한다. 계산으로는 연기를 못한다. 우는 연기를 할 때 나는 가짜로 울면 NG를 낸다. 진짜로 울어야 한다."

-베테랑 배우다.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가.

"인간적인 선배가 되고 싶다. 연기적으로 닮고싶고 그런 것보다 후배들에게 따뜻하고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일단 내 작품에서 아들, 딸로 나오는 배우들을 좋아해주려고 한다. 선배라고 선배 티를 내지 않고 같이 어울리려고 한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아들, 딸로 나온 배우가 많지 않나.

"정말 많다. 나도 누군지 잊어버렸다. 남편도 많았다.(웃음)"

-본인도 젊은 시절에는 예쁜 역할을 많이 맡았었다. 지금은 억척스럽고 강인한 캐릭터가 많다.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어떤 기분인가.

"어리고 예쁠 때에는 예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다. 예전 모습은 예전 모습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예전 모습을 보면 나도 가끔 놀란다.(웃음) 사람으로서 세월의 흐름을 역행할 생각은 없다. 세월에 순응하는 편이다. 게다가 세상도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시대와 시간에 맞게 가려고 한다. 그런데 가끔 '왜 나는 멋진 엄마를 못하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웃음)"

-무엇때문에 행복한가.

"누군가의 엄마라서 행복하고 배우라서 행복하다. 이 세상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조만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선다. 소감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이벤트로는 간 적이 있지만 레드카펫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내가 부산 초량 출신이라 더 기분이 좋다."

사진 =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