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장우 "윤종신만큼 성공하지 못한 이유? 오롯이 내 부족함"

입력 2017-11-11 08:00 | 수정 2017-11-13 10:51
enews24 오미정 기자

이장우라고 하면, 혹자는 탤런트 이장우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조금 나이가 있는 대중문화 팬이라면 전설의 그룹 O15B의 객원보컬 이장우를 어렵지 않게 떠올린다. '훈련소 가는 길'이라는 공전의 히트곡을 발표한 그 이장우다.

이장우가 신곡을 내고 오랜만에 음악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이장우는 지난달 20일 각 음원사이트를 통해 신곡 '나쁜놈이다'를 공개했다. 20년만애 자신의 이름으로 내는 신곡이다.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 지아의 ‘술 한 잔해요’ 등을 작곡한 히트작곡가 이주호가 작곡했다. 작사는 이장우가 직접했다.

노래는 90년대 감성을 가득 담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정통 발라드다. '나는 정말 나쁜 놈이다/나만 믿고 살고 있는 네게/이제 헤어지자는 말로 너를 울게 만들고/나는 나쁜놈이다'라는 가사도 복고 감성이 가득하다. 이장우라는 가수의 느낌과 감성어린 노래가 잘 어울린다.
"나를 기억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90년대의 추억을 갖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1997년 이장우 3집을 발표한 이후 20년만에 제 이름을 걸고 나오는 곡이니만큼 그 때의 감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상대방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며 상처를 주는 내용을 1절에 담았고, 사실은 착한 여자를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내용을 2절에 담았습니다. 사운드가 촌스럽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운드보다는 인간적인 보이스로 호소하고 싶었습니다. 음식으로 따지만 담백한 평양냉면 같은 곡이죠.(웃음)"

신곡은 오랜만이지만 사실 그는 그간 꾸준히 활동을 했다. 지난해 JTBC '투유프로젝트 슈가맨'에 출연했고, 2015년에는 SBS 파일럿 프로그램 '심폐소생송'에도 나왔다. 2013년 즈음에는 아들과 함께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도 나왔다.

"1997년 3집을 발표한 이후 소속사 문제로 몇 년을 쉬긴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꾸준히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민철기 PD님을 만나 '수상한 가수'에 출연했죠. 사실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뒤늦게 그 프로그램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민철기 PD의 진솔함 때문에 나가게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 이후 반응이 좋아요. 음악에 대한 용기를 다시 갖게 됐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음악 활동을 하지 않은 저를 민PD가 끌어 낸 것이죠.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번 음원도 나올 수 있었어요."

이장우는 경문고 재학 중 015B 객원보컬로 발탁돼 가수로 데뷔했다. 이른 데뷔다. 올해로 데뷔 27년차가 됐다. 그는 고교시절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좋아했다. 그런데 그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우연히 본 음악 교사의 권유로 노래에 대한 꿈을 키웠다. 데모테이프를 만들어 기획사에 보냈는데 당시 015B 정석원이 그의 목소리를 듣고 1집 앨범의 객원가수로 발탁했다. 015B 5집 앨범까지 객원 가수로 활동했고, 1995년에는 '훈련소 가는길'이 담긴 이장우 1집을 내놨다. 이후 1997년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3장의 앨범을 냈다. 2집 수록곡 ‘널 만난 이후’는 S.E.S의 '오마이 러브'로 리메이크됐고 '슬픈이야기'는 토이 2집에도 수록됐다. 이렇게 잘 나갔던 이장우가 왜 음악 활동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됐을까.

"소속사 문제로 쉬게 되면서 '사람들이 나를 아직도 알까'하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음악 활동을 하다가 상처받을 것 같기도 했고요. 시간이 더 지나니까 이장우라는 가수는 그냥 무명 가수와 다름이 없더라고요. 발라드 가수는 비디오 가수한테 이길 수가 없는 시대가 됐어요. 점점 두려움이 커졌습니다. 그러다 민철기 PD 덕분에 용기를 갖고 오랜만에 무대에 섰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승부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이장우라는 가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음악을 하지 않던 시절 그는 이런저런 사업을 했다. 사업에 성공해 큰 돈도 만졌지만 주식투자와 부동산 투자 실패로 다시 날렸다. 지금은 친형과 함께 올리브 나무 재질의 주방용품 브랜드 '미무' 사업을 하고 있다. 백화점 입점도 되는 등 성과가 좋다는 그다.

"돈이 많을 때 관리를 못했어요. 그래서 다 날렸죠. 그게 다 합치면 50억은 될겁니다. 하지만 전 돈을 날리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얻었고, 인기도 돈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죠. 단단한 자아가 생겼습니다."

그는 015B 객원보컬 출신임에도 다른 객원보컬인 윤종신만큼 가수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장우는 그 이유를 오롯이 자신에게 돌렸다.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다.

"더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제 부족함 때문입니다. 015B 보컬 시절에도 윤종신 형은 정말 작곡도 많이 하고 열심히 음악을 했어요. 저는 그러지 못했죠. 많이 부족했어요. 이제 인정할 것은 인정 합니다. 지금 이장우라고 하면 가수 이장우보다 탤런트 이장우를 떠올리죠. 꼭 015B 객원보컬 이장우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처음엔 '015B 객원보컬'이라는 수식어를 떼어 버리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감사한 수식어에요."

이장우는 특히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지금까지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는 그다.

"민철기 PD를 비롯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전 사실 실력에 비해 포장이 잘 된 가수였어요. 나보다 노래 잘 하는 가수도 많죠. 그런데 정석원이 가장 아끼는 곡들을 부르면서 제 가치가 덩달아 높아졌어요. 예전엔 그게 다 제 것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부족함이 많은 가수였음에도 저를 아껴주신 분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하려 합니다."
용기를 다시 얻은 이장우는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 활동을 지속하려 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함이 아니라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가고자 함이다.

"한번 가수면 평생 가수죠. 사업을 통해 돈은 먹고살 수 있을만큼 벌어요. 아들도 다 커서 지금은 살기 위해 발버둥칠 필요는 없어요. 그래서 아들에게 '이제부터 나를 위해 살겠다'고 얘기를 해 놨어요. 가수 활동을 통해 목소리나 감성이 예정 그대로라는 평가만 받으면 만족입니다. 아들은 힙합 뮤지션 꿈을 갖고 있는데, 저를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가수 선배로서 응원도 해줄 생각이고요."

이장우는 열정이 넘친다. 용기를 갖고 시작한 가수 활동이니만큼 즐겁게 임하겠단다. 지난달 21일에는 015B 콘서트 '홈커밍' 무대에도 섰다.

"아무리 제가 가수라고 신곡을 발표해도 남들이 인정해야 가수죠. 그래서 열심히 활동하려고 해요. 무대의 크기도 따지지 않을 생각이고요. 돈보다는 저의 행복이 중요해요. 가수로서 계속 인정받고 싶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사진 제공 = 정실장 엔터테인먼트/라망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