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하균 "흥행 보장된 작품 없다, 독창성 보고 작품 선택"

입력 2017-12-08 08:00 | 수정 2017-12-11 12:02
enews24 오미정 기자

웃기면서도 슬프다. 영화적 재미를 빼면 마치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영화 '7호실'은 현재의 우리 사회를 우스우면서도 슬프게 모사한 영화다.

상권이 다 죽어버린 압구정동, 그 곳에 한참 유행이 지난 DVD방이 있다. 두식(신하균)은 이 DVD방 사장이다. 장사가 안되는 DVD방을 팔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호구를 기다리고 있다. 이 DVD방 알바생 태정(도경수)은 학자금 대출의 늪에서 허덕이는 암울한 청춘이다.

신하균은 이 영화에서 두식 역을 맡아 예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애드리브가 많지 않은 배우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웃음을 위한 애드리브를 꽤 했다. 신하균이 두식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캐릭터 연기가 자연스럽다. 연기력에 관한한 토를 달 것이 없는 배우다.

신하균은 앞서 이런 캐릭터를 맡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기시감이 드는 것은 오롯이 신하균의 연기력 때문이다.


-어떻게 영화에 참여하게 됐나?

"현실적인 이야기에 영화적 재미가 잘 가미돼 있었다. 두식은 그간 내가 안해본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래서 참여했다. 감독님의 전작 '10분'을 재밌게 됐다. 디테일이 정말 좋더라라. 감독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다. 코미디 연극을 한 적이 있어서 코미디도 할만 하다 싶었다."

-영화는 어떻게 봤나.

"촬영이 좁은 공간에서 주로 진행됐다. 공간이 한정돼 있어서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현장에서는 재밌었는데 그 모습이 영화에 잘 담겼을지도 궁금했다. 생각보다 역동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

-DVD방 사장 두식은 신하균이 경험했을 것 같지 않은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내 경험은 없지만 그런 처지에 있는 분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이해한다. 두식은 성실하게 살아오다 회사를 때려치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잘 되지도 않고 이혼까지 하게 된 인물이다."

-본인의 애드리브인 것으로 보이는 대사가 있다. '제기 차고 팽이 돌렸다'는 대사 등이 그렇다.

"그 대사는 애드리브가 맞다. (웃음) 사실 나는 연기를 할 때 애드리브를 안한다. 캐릭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편안하게 애드리브를 했다. 두식의 캐릭터에 맞는 것 같았다."

-애드리브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장에서의 분위기에 빠질까봐서다. 우리끼리는 재미있는데, 막상 스크린으로 보면 별로인 경우가 있다. 그런 것에 빠지기 싫어서 잘 안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 감독님이 많이 열어주셨다. 그리고 도경수도 애드리브 대사를 자연스럽게 잘 받아줬다."

-도경수는 연기자로서 까마득한 후배다. 게다가 아이돌 그룹 멤버이기도 하다. 선배가 본 도경수는 어떤 배우인가.

"감이 좋고 연기를 잘 한다. 센스가 있다. 코미디는 센스가 있어야 하는데 센스가 있었다. 게다가 현장 준비도 많이 해왔다. 성실하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유연함도 있었다. 촬영이 수월하게 넘어갔다. 아이돌그룹 멤버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도경수가 무대에서 공연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돌 멤버라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다. 도경수가 출연한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만 봤다."

-본인에게 할리우드DVD방이 위치한 압구정동은 어떤 추억의 장소인가.

"난 완전 강북 사람이라 압구정동에 대한 얘기는 뉴스에서나 봤다. 실제 촬영을 압구정동에서 했데 썰렁하긴 하더라. 실제로 DVD방도 있었다. 희한한 느낌이었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을 보면 내가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이다."

-비디오방이나 DVD방은 가본적이 있나.

"한두번 가봤다. 학교를 명동에서 다녀서 근처에 극장이 많았다. 그래서 극장에 주로 갔다. 어릴 때에는 주로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서 집에서 봤다. 비디오를 많이 빌려서 비디오 대여점 사장님과 친했다. 그 때는 해적판도 많았다. '고무 인간의 최후'도 해적판으로 본 기억이 난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나더라."

-촬영할 때 어려웠던 점은.

"혼자 해야할 것이 많았다. 같은 공간에서 변화를 주는 것이 어려웠다. 열린 상태에서 연기를 했고, 현장에서 그 때 그 때 톤을 맞춰갔다."

-영화에 여배우 황정민이 누나로 등장했다. 오랜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한 것 아닌가.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 출연한 후 처음 만났다. 반가웠다. 오랜만에 만나서 즐거웠다."

-연기자 데뷔 20주년 맞은 소감은.

"몇년 했다고 달라질 게 없다. 나는 과거 생각을 잘 안한다. 그냥 현재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산다. 미래 계획도 안세운다. 어차피 세워봐야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것은 내 연기를 보는 분들에게 새로움을 드려야 한다는 점이다. 캐릭터의 새로움이 될 수도 있고, 작품의 새로움이 될 수도 있다. 그게 항상 부담이 된다. 게다가 그런 새로움은 혼자서 추구할 수가 없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와 감독을 잘 만나야 가능한 일이다."

-유명 감독과도 많이 작업을 해 본 신하균이다. 그런데 신인감독과도 작업을 많이 하더라. 이유가 있나.

"신인감독이든 유명감독이든 영화판에서는 똑같은 동료다.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연출가를 좋아한다. 이번 작품의 이용승 감독도 자신의 생각이 뚜렷했다. 그게 좋아서 함께 하게 됐다."

-영화의 크기도 상관하지 않고, 배역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더라.

"이런 영화도 있고 저런 영화도 있는 것 아닌가. 별로 그런 것은 안 따진다. 내가 재미를 느끼고 새로움을 느끼면 그냥 한다. 슬픈 것은 예전보다 영화의 다양성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한창 영화일을 시작할 때보다 다양성이 줄었다. '지구를 지켜라'나 '복수는 나의 것' 등의 작품은 주류 영화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시절 운좋게 그런 작품에 출연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행운이었구나 싶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

"흥행이 보장된 영화는 없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어차피 흥행에 대해선 알 수 없는데, 그럴바에야 차라리 난 독창적인 것을 선택한다. 계속해서 그런 도전을 해보고 싶다."

-연기 외의 꿈은 없나.

"절대 없다. 연기만 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연기라는 큰 틀 안에서는 장르 가리지 않고 다 한다.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뮤직비디오도 많이 찍었다.(웃음) CF도 꽤 했다. 연기라면 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다이빙 마니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인들과 술도 마시고 얘기도 하고 그런다. 말주변이 없어서 사람과 친해지려면 좀 시간이 걸린다. 감정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작품을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다. 촬영하다 다쳐서 여행은 잘 못간다. 다이빙을 하면 잡생각이 없어져서 좋다."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큰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없다. 자기 관리를 잘 하는 배우다.

"내 얘기를 잘 안해서 그런가보다. 요즘들어 좀 하는 편이다. 나이들어 그런지 말도 많이 하고 주변도 즐겁게 해주고 싶다.(웃음)"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