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암동 복수자들' 정석용, 첫 악역? 진짜 반전은 지금부터

입력 2017-11-27 16:35 | 수정 2017-11-28 18:43
enews24 고수진 기자

배우 정석용이 달라졌다.

정석용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두 아들의 죽음을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용하고, 아내 이미숙(명세빈)에게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교육자 백영표를 연기했다.

정석용의 변신은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연기인생 20년간 주로 소시민 캐릭터를 연기하며 신스틸러로 활약해 왔던 터. 때문에 '부암동 복수자들' 속 백영표는 그의 필모그래피 수많은 전작 캐릭터들을 제치고 역대급 악역으로 떠올랐다.
극 중 백영표는 복자클럽의 아내 이미숙에게 폭력을 행한 죄로 복자 클럽 김정혜(이요원), 홍도희(라미란), 이수겸(이준영)의 복수 대상이었다. 이 가운데 정석용이 그린 폭력 남편 백영표는 리얼한 연기가 더해져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역대급 악역이라고 하기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석용은 너무나도 사람 좋은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친근한 모습 그 자체였다. 그래서였을까. "인상적이었다"는 기자의 인사에 "너무 힘들었다"는 말로 속내를 털어놨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역대급 악역을 연기했다.

"극중 명세빈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걱정이 컸다. 원래 연기하기 전에 걱정하거나 생각이 많은 편은 아닌데 이번은 달랐다. 술 먹고 여자를 때리는 신이었는데, 감독님이 리얼하게 표현하길 원했다. 현장에서 즉흥적인 연기도 나왔다. 다행히 명세빈이 괜찮다고 마음껏 다뤄달라고 한 덕분에 조금은 수월하게 간 것 같다. 나중에 명세빈이 날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맞고 나니 그동안 미안했던 감정이 싹 내려가더라. 하하."

-힘들었지만 그만큼 색다른 재미도 있었을 것 같다.

"하던 역할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라 재밌었다. 하는 맛이 났다고 해야 하나?(웃음) 또 명세빈 같은 예쁜 부인을 극중에서 맞이해 보긴 처음이었다."

-명세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나보다 몇 살 어리지만, 데뷔는 훨 빠르다. 우리 세대에 청순가련형의 대명사 아니었나. 대본 리딩 첫 날 내 옆에 앉는데 엄청 떨렸다. 말도 못 놓겠고 촬영 초반까진 그랬다. 조금씩 친해졌다. 무엇보다 애정 어린 터치는 아니었지만, 서로 때리다보니 점점 편해지더라."

-캐스팅 비화가 궁금하다.

"감독님께서 이 역할을 누구에게 줄까 고민하셨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권석장 감독님과 친분이 있다. 감독님께서 연출부들과 술 한잔하며 캐릭터 얘기하다가 이 역할 정석용이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고 하더라.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명세빈이 석용이같은 애한테 맞으면 더 불쌍해보이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연출부들이 모두 오케이했다고 들었다.(웃음)"
-미움을 살 수 있는 캐릭터다보니 고민도 됐을 것 같다.

"감독님이 캐스팅 제안할 때 '너 술 먹고 여자 때리는 역할인데 괜찮겠니?'라고 물으시더라.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질텐데 괜찮겠냐는 뉘앙스였다. 난 별로 고민 안했다. 바로 '재밌겠는데요?'라고 답하며 주저없이 선택했다."

-연극으로 시작해 '신스틸러' 배우로 자리 잡았다.

"주변에서 20년됐다고 하더라. 실감 못하고 살았는데 시간 참 빠르다. 사실 연기자도 대학에서 동아리하다 직업이 된 거다. 화이트 칼라를 꿈꾸며 경영학과를 갔다. 대학 들어가면 연극 동아리는 꼭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직업이 될 줄이야. 정말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됐다. 하지만 지금 이 길에 들어선걸 후회해본 적은 없다."

-연극 배우들에겐 롤모델이지 않나.

"연극 3년 하고나서 영화도 캐스팅되고, 드라마도 조금씩 했다. 주위 사람들에 비해선 일찍 된 편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인지도적인 면에선 더 높아지고 싶다.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작품 선태그이 폭이 넓어지니까 그 부분은 욕심이 생긴다. 계속 연극만 하려고 했는데 좋은 기회들이 왔고, 지금처럼 꾸준히 작품만 끊이지 않고 하고 싶다."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 있나?

"이번 작품은 첫 악역 도전이었기 때문에 나름의 터닝 포인트일 수 있겠다. 또 첫 영화인 '무사'는 당시 내 캐릭터가 소문에 2,300명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는데 내가 됐다. 그 영화 덕분에 시작을 빨리 한거다. 그로 인해서 드라마 제의도 왔고 지금까지 조금씩 해올 수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일을 많이 하게 된 건 영화 '왕의 남자'다. 당시엔 작품 계약하고 나오는 길에 다른 작품 연락이 연이어 오고 그랬다."

-지금까지 비슷한 캐릭터를 해오며 갈증은 없었나?

"연극은 아무리 작은 캐릭터라도 무대 위에선 배우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다양하게 연기할 수 있다. 때문에 만족감이 굉장히 크다. 그래서 지금도 하고 있는거다. 반면 영화나 드라마는 역할이 작으면 하다만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문제보다는 일을 안하고 있을 때의 아쉬움과 불안감이 더 크다. 배우의 숙명인 것 같다. 항상 일이 없으면 힘들고 있을 땐 바빠 죽겠다. 비슷한 역할 들어와도 이거라도 해야지 싶다. 하하."

-이번 악역에 이어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이 나이쯤 되면 한번쯤은 해봤다고 하는데, 아직 난 조폭 캐릭터를 해 본 적 없다. 또 기회가 된다면 격정 멜로도 원한다. 다 잘 할 수 있다."

사진=허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