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타톡] 남규리 #데뷔 13년 #30대 중반 "고통 이겨낼 수 있는 힘 생겨"

입력 2018-06-07 16:47 | 수정 2018-06-11 16:41
enews24 오미정 기자

남규리는 벌써 오래전부터 연기자 활동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이돌 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룹 씨야로 활동할 당시 워낙 인기가 많았던 탓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남규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편안하고 담담한 모습이다.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에도 고개를 끄덕였고, 스스로 "작품 선택을 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그런 남규리가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데자뷰'(연출 고경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편안하지만 솔직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만나 속내를 털어놨다. 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지. 가족의 얘기를 할 때에는 눈물도 흘렸다. 그 귀엽던 씨야의 멤버가 맞나 싶을 정도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1년의 휴식기를 갖고 영화 '데자뷰'를 찍었다. 일을 해도 1년은 금방 지나가지만 일을 안해도 1년은 금방 지나간다.(웃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더라. 배우 활동을 하기로 한 이상 기다리는 것은 내 숙명이다. 기다림에 꽤 익숙해졌다. 단지 내가 조금이라도 체력이 좋을 때 빨리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데자뷰'를 어떻게 봤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내가 고경민 감독님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을 해야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지민이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행동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편집돼 아쉽다.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그 부분에 있었다. 나는 수동적인 사람보다 주체적이고 솔직한 사람이 좋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연기 면에서도 그런 캐릭터에 끌린다. 시나리오상에서의 지민 역시 그랬다."

-환각에 빠져 사는 여자를 연기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연기에 참고하기 위해 영화 '사이드 이펙트'도 봤고, 참고할 만한 다큐들도 많이 봤다. 그런데 영상들을 보면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다 싶은 것이 있는데, 막상 내가 연기를 하려고 하면 이질감이 생기더라. 그런데 딱 그 순간에 약물을 복용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게 됐다. 힘든 일이 있다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술을 마신 줄 알았는데, 약을 먹었던 거라고 했다. 그 때부터 직, 간접적으로 연기 톤을 잡을 수 있었다."

-지민 캐릭터 때문에 현장에서도 우울하게 지냈다고 들었다.

"지민의 감정이 틀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게 됐다. 점점 말수가 없어지더라. 사람들에게도 내게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 거의 교류를 안했다. 배우들과는 촬영이 끝난 후 친해졌다. 조한선은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를 함께 한 적이 있어서 잘 지냈다."

-본인은 살면서 데자뷰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나.

"데자뷰라기보나, 나는 꿈을 믿는다. 과거에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쳐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에 빨간색 깃발을 꽂았다. 그 꿈을 꾼 후 바로 데뷔했다. 나는 8년간이나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데뷔를 못했다. 그래서 가수의 꿈을 버리려고 했다. 그 때 이미 20세도 넘었었다. 그러던 차에 밤 10시를 넘겨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오디션을 보라는 전화였다. 바로 강남의 유명 스튜디오에 가서 오디션을 봤는데,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조영수 작곡가님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회사와 계약을 하고 한 달 만에 데뷔했다. 오디션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기 전날 이 꿈을 꾼 것이다."

-지민 역에 본인이 왜 캐스팅됐다고 생각하나.

"감독님이 원하는 모습이 나에게 있다고 들었다. 부서질 것 같은데 강한 느낌이 있는 여자 캐릭터를 찾으셨다고 했다. 나에게는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가 없어서 새로운 캐릭터를 과감하게 제안하실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본인은 왜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나.

"너무 작품이 하고 싶을 때 이 작품을 만났다. 차로 이동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봤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미팅을 하고 싶다고 했고, 평상시 내 모습 그대로 감독님을 만났다. 그리고 하게 됐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있나.

"사실 내가 현실적으로 하고 싶은 캐릭터를 선택하진 못한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인간관계나 내 일에 있어 정서적으로 좀 가라앉아 있었을 때였다. 그 때 이 시나리오를 받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을 선택할 수 없다고 했는데,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지 않고 굳이 캐릭터를 기다리는 이유가 있나.

"계속 내 이미지에 맞는 쉬운 것만 하면 돈은 벌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 선물을 주자는 마음에 좋은 작품을 기다린다. 특히 영화에서 그렇다. 이 영화 다음에 출연한 '질투의 역사'도 그런 이유로 택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정서적으로 가라앉아 있었다고 했는데, 그 때 얻은 결론은 무엇인가.

"많은 고민을 하지만 고민에 대한 결론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냥 오늘 하루를 잘 살자는 마음이다. 데뷔할 때에는 열심히만 하면 다 잘 되는 줄 알았다. 그 때는 그랬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해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내려놓게 됐다. 속마음을 얘기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융통성이 생겼다. 내 얘기를 하니까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얼마전 tvN '인생술집'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얘기도 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그렇게 큰 반향이 있을 줄 몰랐다. 내가 가족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힘들 때 가족들이 나를 많이 응원해주고 지지해줬다. 지금도 인터넷 쇼핑 등은 언니가 도와준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가족들이 내 도움만 받은 것으로 알려져 미안했다. 방송 후 바로 아빠와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했다. 상처를 받으셨을까 걱정됐다. 그리고 내가 털털하고 까탈스럽지 않은 것은 6식구 사이에서 옹기종기자랐기 때문이다. 가족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존재다."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작품이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지.

"나는 작품을 몰입해서 보는 스타일이다. 한 작품이 좋으면 며칠동안 같은 작품만 본다. '라비 앙 로즈' '화차' '한공주' '노트북' '오만과 편견' '사요나라 이츠카' '블랙 스완' 등 작품을 그렇게 봤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작품은 거의 다 그렇게 본 것 같다. 이런 작품 속 캐릭터가 돼 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연기할 수 있다면 정말 행운일 듯 하다."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다. 지금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하는 후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애잔하다. 활발하게 활동을 할 때가 행복할 때인데, 그 때에는 너무 바빠서 그게 행복한 것인지 모른다. 아이돌 가수는 주체적으로 일을 하기 힘들다. 정신없이 스케줄 진행을 하다가 어느 순간 타의에 의해 그만해야할 때가 온다. 그 때 참 힘들 것이다. 나도 그랬다. 팀이 아닌 나로 다시 시작하는게 힘들었다."

-어떤 면에서 힘들었나.

"인기나 팬덤이 있어서 이슈를 만들기는 좋은데, 그게 꼭 좋은 결과로 연결되진 않는다. 나는 일단 결과에 대해선 하늘의 뜻에 맞기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을 남기는 작업이다. 나는 매 작품마다 사람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을 먹는다. '데자뷰'에서도 사람을 남겼다."

-20대 초반에 데뷔했는데,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어릴 때 데뷔를 해서 남들보다 빨리 선배가 됐다. 스무살 후반부터 서른살 초반에는 나이먹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나이 먹은 것이 좋다. 지금은 내가 얘기를 해도 잘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어느 자리에서나 누나, 언니가 되더라. 그래서 지금이 좋다. 고통을 이겨내는 힘도 생겼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많은 분들이 믿고 보고, 믿고 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 =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