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예진 "'협상', 리허설 필요 없었던 영화..외로운 싸움이었다"

입력 2018-09-13 18:09 | 수정 2018-09-14 16:52
enews24 오미정 기자

손예진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미모 때문에 연기력에 대해 적게 언급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연기를 잘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영화 '협상'에서 손예진은 극단적인 감정을 연기하며 예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하채윤은 경찰 소속 협상가다. 여러 인질 사건에 투입돼 인질범과 협상을 벌인다. 그러다 대형 인질 사건이 벌어진다. 12시간 안에 인질을 귀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인질범이 잘생긴 현빈이라 다소 몰입을 방해하지만 어쨌든 상황은 상황이다. 손예진의 폭발적인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선천적으로 눈이 잘 빨개진다는 이 여배우는 작품 내내 붉은 눈을 하고 관객을 만난다.

-영화를 어떻게 봤나?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할지 참 민망하다.(웃음) 일단 저는 잘 봤다."

-경찰 역할은 처음 아닌가.

"처음이다. 하지만 경찰 중에서도 협상 전문가라 좀 특수하긴 하다. 경찰과 인질범의 중간에 있는 캐릭터다."

-협상가 역할을 어떻게 연기했나.

"경찰에 실제로 그런 직책을 맡으신 분이 있다. 이종석 감독님이 그분들을 만나보시고 직접 얘기를 들으셨다고 들었다. 지금은 일을 안하시지만 여자 협상가도 있다고 들었다. 감독님이 관련 책도 많이 주셨다. 꼭 읽어보라고 하셨다. 협상가가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인질범에 의해 많이 동요한다고 하더라. 일질범의 상황도 이해하게 되고. 내가 연기한 하채윤도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민태구에게 동화된 부분이 있었다."

-리허설을 적게 하고 촬영을 한 영화라고 들었다.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리허설을 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연기였다. 예상치 못한 상대의 행동에 리액션을 해야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딱히 리허설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메라 동선 때문에 리허설을 많이 하는데 이번 작품은 제한된 공간에서 촬영이 진행되어서 그 점에 있어서도 리허설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촬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참 외로운 싸움이었다. 공간에 갖혀서 연기를 해야했다."

-서로 만나지 않는 두 배우가 스크린을 통해 대화하는 장면은 어떻게 촬영한 것인가.

"각자 세트에서 이원으로 촬영했다. 연기와 실제 상황이 비슷했다. 사실 이원으로 촬영을 하지 않으면 리얼한 리액션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배우로서는 참 다행이었다. 이원 촬영하면서 상대 배우의 연기에 따라 웃어도 보고, 다른 연기도 해보고 그랬다. 덕분에 화면에 생동감이 생겼다."

-극중 하채윤처럼 인질의 사망을 목격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게 참 상상을 하기 힘든 지점이다. 내가 연기했던 것처럼 실제로 충격적인 것을 목격하면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얘기를 들어보니 몸이 얼어버린다고 하시더라. 큰 소리를 하는 연기는 익히 봐왔던 분노의 표현 방법이기 때문에 목이 잠기는 것으로 연기했다. 그 지점이 의외였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더라."

-영화 속 충혈된 눈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눈에 힘을 주면 눈이 잘 빨개진다. 이번에는 워낙 클로즈업이 많으니까 충혈된 눈의 핏줄까지 다 보이더라. 감정을 유지해야했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했다. 충혈된 눈을 유지하면 눈이 아프긴 하다."

-제복 입은 모습이 꽤 잘 어울렸다.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웃음) 보이시하게 보이려고 머리도 잘랐다."

-선남선녀인 손예진과 현빈이 경찰과 인질범으로 만났다는 사실이 놀랍다. 상대역인 현빈에 대한 생각은.

"현빈이 이 역할에 캐스팅 됐다고 해서 놀랐다. 원래 시나리오상에서는 그냥 악역이었다. 현빈이 민태구 역을 맡으면서 캐릭터의 결이 달라졌다.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현빈의 캐스팅이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함께 연기를 해보니 현빈이 저런 연기를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랐다. 캐릭터를 잡아가려고 손끝하나, 동작하나를 엄청 고민하더라. 성공적인 변신을 한 것 같다."

-영화에는 끝내 두 배우의 투샷이 나오지 않는다. 시사회 당시 투샷으로 사진을 찍으니 너무 잘 어울린다.

"다음에 현빈을 만나면 로맨틱 코미디를 해도 재밌을 것 같다. 나도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현빈도 코미디를 좋아하더라. 현빈이 진지하긴 한데 가끔 되게 웃긴다. 유머코드가 있는 사람이다."

-동갑내기인데 서로 어떻게 불렀나.

"동갑이지만 반말은 안했다. 저는 빈씨라고 불렀고, 현빈은 나에게 손배우라고 하더라.(웃음)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 지점이 있더라."

-촬영 끝나고 가끔 만났나.

"못만났다. 촬영기간이 한달 반으로 짧은 편이었다. 세트에서만 촬영을 하니 날씨로 인한 문제도 없어서 짧은 기간 촬영이 진행될 수 있었다. 짧은 기간 촬영한 후 후시녹음할 때 보고, 드라마('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촬영할 때 한 번 봤다. 그리고 이번에 홍보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것이다."

-현빈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카메오 출연을 했던데.

"맞다. 그런데 그 때 현빈을 못만났다. 그래서 현빈과 연기 호흡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인데 선서하는 장면에서 손과 얼굴 크기가 비슷하더라.

"손이 큰 편이다.(웃음)"

-이종석 감독의 입봉작이다. 함께 한 소감은.

"유쾌했다. 신인 감독님들은 몰라도 아는 척 하시고 그럴 수 있는데 이 감독님은 너무 솔직하다. 감정도 솔직하시다. 그러니까 같이 솔직해지는 지점이 생기더라. 모든 것을 솔직하게 교감했다. 감독님이 '영화는 이런거군요' 하면 내가 '한두 작품 더 해보세요, 우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아실거에요'하고 농담도 하고 그랬다. 감독님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라'고 디렉션을 했을 때 내가 '그런 디렉션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그것도 솔직하고 친근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연기하라'는 디렉션을 신인 배우들에게 하면 더 얼어버린다. 관객같은 감독님이다.(웃음)"

-이번 작품에 있어 아쉬움은 있나?

"연기에 대해선 아쉬움이 없을 수가 없다. 편집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된 것을 봤을 때 저렇게 말고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항상 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협상' 등 올해만 세 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만났다.

"순서로 보면 '협상'이 가장 먼저 찍은 것인데 소개는 가장 나중에 드리게 됐다. 2018년은 정말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정말 행복하다."

-30대 후반의 나이다. 소감은.

"나는 워낙 어릴 때부터 나이를 좀 있게 보셔서 사실 별 감정은 없다. 나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현빈과 동갑이라고 하니까 놀라시는 분들이 있으싣라. 나를 연상으로 생각했다는 거다. (웃음)"

-젊은 나이인데 이혼녀, 아이엄마 등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맡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극단적이고 힘든 연기를 많이 했다.

"나는 '20대 초반의 이미지로 오래 활동해야지' 하는 생각이 없었다. 작품이 좋으면 캐릭터에 대해선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캐릭터 때문에 어떤 이미지가 생긴다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젊은 이미지로 오래 활동하고 싶어하시는 배우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워낙 극단적인 작품 선택을 하는 배우라 이번 작품이 손예진에게는 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작품을 함에 있어서 느끼는 어려움을 총량으로 따지긴 애매하다. 이번 작품도 너무 어려웠다. 12시간 안에 느끼는 분노를 표현해야하는 점이 그랬다. 나에겐 새로운 지점이었다. 공무원 역할도 처음이고(웃음). 쉬운 작품은 없다."

-추석 연휴에 개봉하는 작품이다. 경쟁작이 쟁쟁하다.

"저는 경쟁작은 잘 안본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이 어떤지 모른다. 나중에 보려고 한다.(웃음)"

-이번 작품은 어떤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싶은가.

"정말 두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실 것 같다. 긴장감 넘치고, 몰입감이 있다. 관객들이 시계를 보지 않는 영화일 것이다."

-본인에게 이 영화가 어떤 의미가 있나.

"처음 맡은 역할이라 새로웠다. 긴박함과 흥미로움을 관객과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의 설렘이 컸다."

-올해의 계획은?

"이 영화 홍보를 마치고 시나리오를 좀 볼 생각이다. 올해는 일을 많이 했다. 좀 쉬기도 할 생각이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